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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열다가

괴도뤼팽 2017. 9. 10.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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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요일이다. 


 신이 세상을 만들고 7일 째에 하루 쉬었다고 일요일이 있다고 한다. (한 일주일 쉬셨다면 좋았을 것을...) 

 컴퓨터에서 소음이 심하게 나서 분리하고 먼지 털고 입으로 불었다. 그 동안은 음악을 크게 틀어서 소음을 덮어왔었다. 하지만 오늘은 소음 문제를 정확히 해결해 보자는 다짐으로 과감히 컴퓨터를 열었다.




 그 동안 쌓인 먼지가... 

 덕분에(?) 기침이 많이 난다. 기침을 하면서도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펼쳤다. 블로그 노하우 책.

 

 저자는 전 티켓 몬스터라는 회사 출신이라고 적혀져 있다. 문득 내 고등학교 동창이 티몬의 창업자라고 전해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갑자기 궁금해져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티몬의 창업자는 아니고 티몬에 회사를 많이 팔았다고 나온다. (그랬구나.. 어쨌든 창업자는 창업자구나...) 지금은 버즈빌이란 회사의 공동대표라고 한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회장을 맡고 있던 그 친구. 사실 얼굴은 아는데 친하지는 않은 동창이다. 그래도 사진을 보니까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현관 문을 고정 시키는 장치를 발로 쉽게 펼 수 있는 장치도 그 친구가 개발했었다. (나 기억력 좋은 듯..)


 '음, 성공했네.'


 친한 친구는 아니지만 동창이 잘 나가니 기분은 좋다... 그러나 자신과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나는 그 동안 무엇을 했지? 갑자기 초라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덕분에 글이 급 진지해진다. (궁서체로 바꿔야 할까?)


 컴퓨터를 열어본 날의 기념으로 나의 마음도 한번 열어보기로 했다. 


 나는 꿈이 없다. / 하지만 누가 물어본다면 내 꿈은 #$%라 대충 말 할지도 모른다.


 학창 시절부터 그러하였다. 그렇기에 수업 시간의 내 눈빛처럼 흐릿한 일상을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하루 하루가 지겨웠다. 나에게 꿈을 묻던 사람은 초등학교 때의 담임 선생님이었고 그 후로 사람들은 나를 학교 성적으로만 평가해주었다. 성적도 어중간해서 난 그냥 어중간한 학생 정도로 평가되었을 것이다. 대학도 그냥 역사가 좋아서 간 것이었고 선생님은 별로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무엇을 가르칠 자격이 있을까 하는 자격지심 때문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나의 인생 길이 눈 밭 위라면, 오늘 뒤돌아보았을 때 지나온 나의 발자국은 삐뚤삐뚤할 것이다. 왜냐하면 꿈과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하나의 큰 목표를 바라보고 걸어온 사람이라면 훗날 뒤돌아 보았을 때, 자신의 길이 쭉 일자로 찍혀 있는 것을 볼 것이다. 

 하지만 일직선으로 가는 이가 있다면 나처럼 방황하는 이도 있어야 한다. 모두가 똑바르게 사는 세상도 재미가 없지 않을까? (라고 위로해본다.)


 난 어릴 때부터 어느 것이든 딱 하나는 반드시 세계 최고가 될 것이라 믿었다. (중 2 때부터?...) 

 하지만 세상은 넓고 최고는 많았다. 사실, 세계 최고가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미 알고 있다. 그것은 자신의 불구대천지원수를 이기는 것이다. 그 원수는... 바로 본인이다. 

 내가 초라한 이유는 나 때문인 것이다. 꿈이 없는 것도, 목표가 없는 것도, 타인을 부러워 하는 것마저도..


 나는 대학생 시절에 게임을 많이 했다. 다행히 책도 많이 읽었지만, 게임으로 낭비한 시간도 많았다. 개인적으로 난 대기만성형 인간이라서 성공은 시간 문제라고 호언장담했지만, 성공이 그렇게 쉽다면 나는 이미 성공했을 것이다. 

 현실은 밑 빠진 독이 아니었을까 싶다. 좋은 습관이 큰 그릇이라면 나쁜 습관은 그 그릇의 구멍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폐에 좋다는 도라지 즙을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처럼..)


 내가 교생 실습을 나갔을 때. 나는 아이들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내 자신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물론 아는 것도 부족했지만... 나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서 꿈을 갖고 열심히 정진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는데. 정작 나에게 필요한 말이었던 것 같다. 


 후회하는 것은 흔히 어리석은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고 쭉 같은 길을 걸어가는 것이 가장 어리석은 일 아닐까 싶다.


 내 마음에도 컴퓨터처럼 그런 먼지가 쌓여있었나 보다.




 (수필 형식으로 한 번 써봤습니다... 제가 원래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데. 뜻 밖의 진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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